아무래도 손으로 휘갈기는 것은 소일거리를 쓰기엔 너무 부지런하고 힘든 일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손을 댄다.
다른 블로그도 있지만 그것은 한메일 로그인을 해야해서 짜증도 나고.
오늘은 5.18을 기념해 충혼탑에 다녀왔다는 것은 헛소리고 그냥 걷다보니 충혼탑에 갔다.
발단은 고우영씨의 십팔사략 반납 작전.
하지만 구덕도서관은 휴관일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그래서 더 빌리지 못하고 민속관에 가서 물을 받았다. 오늘 해야만 했던 일은 여기서 끝났다.
물통 6개를 등에 지고 산책을 시작했다.
몇 년 만에 오르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 구덕산.
눈에 익은 길을 피해 되도록 직선을 유지하며 걸었다. 일단 무조건 걸었다.
어디서 많이 본 공터가 나왔다. 봉수대, 약수터, 초량동, 민주공원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었다.
봉수대, 약수터는 가기 싫었고, 초량으로 갔다간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아
민주공원을 택했다. 사실 민주공원에 별로 가고 싶진 않았다. 혼자서도 자주 갔던 곳이다.
어쨌든 산길을 걸어 민주공원에 갔다. 사람도 많고 시끄러웠다. 평일인데도. 신기했다.
뭐 노인이 대다수였지만서도.
자주 민주공원에 왔지만 충혼탑에 혼자 간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밑에서 본 것보다 가는 길이 길었다. 타임로드 스타일.
내가 동의하기 힘든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머나먼 기념비였다.
수고하셨다고 적어놓고 벤치에 앉아 십여분을 쉬었다.
무거운 배낭과 하늘과 자연을 보고 있노라니 배낭 여행을 나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군대 가기 전에 이런 식으로 여행을 가보리라 다짐했다.
순간적으로, 뭔가가 느껴졌다. 직관. 설명이 불가능했다. 너무 좋았다. 해방감.
나무와 잎사귀에서 무한한 무가치성과 그로 인한 자연함을 느꼈다.
이것때문에 이걸 여기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아주 조금의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냉소적인 시선은 그대로지만.
내려오다가 중앙 도서관에 들렀다. 혹시 휴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휴관하지 않았다. 상당히 기뻤다.
예정대로 고우영을 빌릴까했으나 중앙도서관은 구덕도서관보다 훨씬 컸고, 장서도 많았기에
다른 책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김탁환 '부여현감 귀신 체포기' 1,2권
이것은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얘기해줬던 책인데, 꺼내서 잠시 살펴보니 매우 흥미로웠다.
채만식 '태평천하'
설명 불필요. 채만식 쩝니다.
'20세기 한국 소설 성석제, 김영하 외'
성석제는 고딩때부터 읽어보려고 별렀으나
책을 살때는 더 사고 싶은게 생기고 책을 빌릴때는 기억이 나질 않아 이제까지 미뤄진 작가.
김영하는 요즘 도갤 등지에서 여러번 그 이름을 들어 기억해놓은 작가였다.
김영하의 단편 두개가 수록되어있었고 방금 읽어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
그외 황순원이나 고우영의 열국지 등이 후보에 거론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떨어지고 말았음.
그것들을 빌려서 배낭에 넣고 다시 내려옴.
중간에 앉아서 김탁환을 100페이지 정도 읽고 말았다. 정말 괜찮다.
톨스토이(레프는 아니지만)와 도끼가 흡혈귀고 전우치의 현생이 나오더라.
그리고 보수동 쪽으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옴.
토마토가 남아있으리라 생각했으나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저녁을 조금 일찍 먹었다.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들으니 아이엠샘이 생각난다.
다본적도 없는 영화인데 신기하다. 그 끈적한 분위기. 후후
후후후
평소 산행을 아주 싫어하는 편인데 웬일인지 오늘은 산을 약간이나마 탔다.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 그런지 재미도 느꼈다.
다시 가도 괜찮으리라.
민주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산적한 우리 나라의 거리도 좋았다.
산복 도로와 거미줄처럼 자생하고 있는 골목들
너무 좋다. 정말 좋다. 나를 다시 살려주었다.
역시 블로그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생각이 공개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
폐쇄하고싶다.
내 생각이 공개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
폐쇄하고싶다.
